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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철학

[4편]9.6평오피스텔에서 4인1견이야기-힘들었지만 행복했던추억

by 잔잔각 2025. 5. 27.

2020년 여름이 오기 전, 우리는 강동의 한 오피스텔로 이사했다. 이전엔 원룸에서 살았기 때문에 9.6평짜리 투룸 오피스텔이 마치 전원주택처럼 넓게 느껴졌다. 그 집에서 우리는 첫째를 키우기 시작했다.

화장실은 작았고, 아기 세탁기까지 들어가니 더 비좁았다. 주방도 세면대만 한 싱크대가 전부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곳에서 첫째 이유식을 만들고, 어른 밥까지 해내며 살아냈다. 좁은 집이었지만, 가족끼리 더 끈끈하게 붙어 지냈고, 그만큼 우리는 더 돈독해졌다.


그렇게 살던 중, 2023년 1월 1일, 둘째가 태어났다. 가족은 네 명으로 늘었고, 공간은 그대로였다. 시스템 행거로 짐을 정리하고, 그 아래 아이와 함께 잠을 자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겨울이면 습기로 곰팡이가 피어 환기조차 어려웠고, 곰팡이를 닦고 또 닦으며 감기를 걱정했다. 지금도 곰팡이만 보면 본능적으로 청소를 시작하게 된다.


거실엔 처음엔 소파와 TV를 뒀지만, 아이가 생기며 놀이터가 되었다. 나중엔 렌지대와 식탁이 붙은 가구를 들여 식사 공간으로 바꾸었다. 좁은 공간 안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며 삶을 조율해 나갔다. 그 안에는 아이들, 반려견, 그리고 우리의 소중한 일상이 있었다. 비좁았지만, 참 많이 웃었고, 진심으로 행복했다.

청약에 도전했지만 모두 떨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행이었다. 당시엔 청약 ‘가격’이 너무 올라 감당이 어려웠고, 만약 붙었다면 제대로 준비도 안 된 채 무리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대신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다. 인천, 부천, 하남, 성남 등 서울 근교를 둘러보며 시야는 점점 넓어졌다. 시간 날 때마다 네이버 지도를 보며 다음 집을 그려봤다.


그러던 어느 날, 첫째가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폐업 공지가 왔다. 우리는 결단을 내렸다. 서울에서 청약은 포기하고, 실거주 매매로 재건축 가능성을 보는 게 낫겠다고. 마침 신생아 특례 대출도 시작되었고, 3월 입학 시즌에 맞춰 이사 가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동안 봐 두었던 매물 중 1기 신도시 특별법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분당이 눈에 들어왔다. 예산 내에서 두 곳이 후보였다. 하나는 작지만 역세권, 다른 하나는 넓지만 역에서 10분 이상 떨어져 있었다. 우리는 현실적인 선택을 했고, 지금의 집으로 오게 되었다.


우리는 원룸에서 투룸 오피스텔을 거쳐, 지금은 투룸 아파트에 살고 있다. 여전히 집은 작지만, 우리는 확실히 성장하고 있다. 좁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우리는 행복을 찾는 법을 배웠다.

그 오피스텔은 작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 사랑했고, 가족이란 이름으로 단단해졌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는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 집도 언젠가는 작게 느껴질 날이 오겠지만, 우리는 알 것이다. 집이 넓어서 행복한 게 아니라, 함께 꿈꾸며 나아가는 마음이 우리를 넓히고 있다는 걸.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가치를 찾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앞으로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